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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책&영화 리뷰

책 - 한병철 저, <피로사회> 서평 및 독후감

by 피타칩스 2015. 11. 3.



제가 읽은 책은 요렇게 생겼습니다. 책 안의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사이즈는 아담하고, 얇고, 예뻐요. 저자는 한병철씨인데, 독일어로 책을 써서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책입니다.


피로사회
국내도서
저자 : 한병철(Han Byung-Chul) / 김태환역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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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 책입니다. 철학적인 책인만큼 무조건 배척하거나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열심히 생각하며 읽을수록 책에서 얻어갈 수 있는게 많겠습니다.


피로사회 독후감 - 규율사회, 성과사회, 피로사회


저자는 “21세기의 사회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했다” (p.23), 그리고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p.11)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21세기 주요 질병은 성과사회의 질병일 것인데, 우리 사회에는 20세기의 사회를 경험한 인류가 아직 숨쉬고 있는 바, 그는 규율사회와 성과사회의 병리를 차례로 지적하고, 미래의 바람직한 사회로써 피로사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규율사회는 한 마디로 “부정성의 사회” (p.24)입니다. 금지, 명령, 법률 등으로 통제되는 통제사회이며, 개인은 규범 내에 존재하여야만 하는 복종적 주체입니다. 규범은 정상과 비정상을 명확하게 구분하며, 비정상을 병원, 감옥 등의 공간으로 격리시키는 방식으로 사회의 규율을 보존합니다.


이와 같은 정상의 비정상에 대한 격리는 이질성과 타자성(p.13)에 대한 공격과 방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 책 1장에서 소개되는 '사회적으로 이질적인 것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이기도 합니다. 격리된 사람들은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광인 혹은 범죄자’로 치부되고, 격리되지 않은 사람들조차 그러한 규율과 지배를 내재화하여 자유를 구속당합니다. 저자 한병철씨는 이를 규율사회의 병리현상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 한병철, 철학과 교수>

 

성과사회는 “긍정성의 과잉” 사회입니다. (p.24) ‘할 수 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안 되면 되게 하라’ 등의 성공과 목표달성을 향한 압박이 삶의 면면에 침투하여 있는 사회이며, 이 사회 속의 개인은 성과의 달성을 위하여 자기 주도적이 될 것, 자기 자신이 될 것을 요구받습니다. 개인에게 직접 간섭하는 지배기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개인은 자발적으로 자유와 강제를 일치시키며 스스로를 착취하는 모습인 것이죠.


짧게 말해, “자기 착취”, 저자는 이를 성과 사회의 가장 큰 병리현상으로 지목합니다. 그와 동시에 저자는 현시대에 급증한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소진증후군 등은 단순한 질병 아니라 성과 압박과 자기 착취로부터 발생한 신경증적 증상이라고 봅니다. 사회의 원자화와 파편화, 인간적 유대의 결핍 또한 성과사회의 질병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자신이 착취의 주체이자 객체가 되는 이 역설적인 모습은 현대의 사회에선 면역학적 타자가 아닌 내부의 '같은 것', 즉 자기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폭력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p.17)



규율사회와 성과사회는 각각 부정성의 사회, 긍정성 과잉의 사회로 정반대의 양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둘은 생산 최대화라는 하나의 큰 맥락 안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면 공통점을 지니기도 합니다. (p.25) 각각의 사회는 생산성을 가장 잘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정성의 강화, 긍정성의 강화를 선택했던 것이죠. 



한편, 저자가 이상적인 미래사회의 모습으로 제시하는 피로사회는 생산 최대화의 맥락 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로사회는 모든 염려와 목적지향적 행위에서 벗어난 사회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p.72) 개인은 사색의 주체가 됩니다. 니체가 말한 “중단하는 본능”을 가지고, 새 시작을 위한 분노를 회복하며, 무위로부터 영감을 얻는 존재인 것입니다. 피로 사회는 파편화된 세계 속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속 개인을 상정합니다. 개인은 사색과 영감의 재료를 자기자신 뿐만 아니라 공동체로부터도 얻습니다. 즉, '자아 피로'가 아닌 '우리 피로'의 중요성이 드러난 사회인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피로사회가 주는 근본적 피로는 개별적 고립화 경향을 해소하고, 쓸모없는 것의 쓸모있음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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