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터디 하드/방통대 컴퓨터과학과

방통대 3학년 편입 후기, 방통대를 선택한 이유

by 피타칩스 2015. 10. 7.


저는 2015년 2학기에 방통대 3학년으로 편했습니다. 방통대에는 많은 학과가 있는데, 그 중에 제가 배우고 싶은 컴퓨터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컴퓨터과학과로 편입했습니다. 제가 원래 졸업한 대학에서는 컴퓨터에 관련된 학과 이름이 컴퓨터공학과여서 컴퓨터과학과라는 말이 입에 착 달라붙진 않지만, 방통대를 다니다보면 언젠가는 컴퓨터공학보다 컴퓨터과학이라는 말이 더 친숙해지겠지요. 




<방통대 로고>



정말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 다니고 있던 대학을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니 갑자기 컴퓨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보화시대라는 말이 클리세가 된지 몇년이 지난거 같은데, 저 스스로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만들 줄 모른다는 게 새삼스레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도 마침 생겼겠다.. 때는 이 때다 싶었습니다그런데 직장을 다녀야하니 복수전공은 꿈에도 못 꿨습니다다시 수능을 본다던가 하는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구요.


처음에는 독학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책으로 배우기에는 시중에 나와있는 책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책을 잘 고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웬만해선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그 다음 생각한 것이 컴퓨터학원이나 국비지원교육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요새 네이버, 다음 등 여러 포털사이트를 들어가보면 국비지원교육 프로그램 광고 많이 뜨잖아요. 그걸 보고 혹했습니다. 3개월 내지 6개월 단기수강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국비지원까지 받으면 최소 50퍼센트에서 최대 100퍼센트까지 수강료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장점이 커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방향은 결국 택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말렸기 때문인데요, 일단 국비지원은 마치 무료인것처럼 보이고 매우 싸보이지만, 싼게 비지떡인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물론 잘 가르치는 곳을 잘 찾아가면 좋겠지만, 멀리까지 찾아갈 여력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재비나 기타 실비로 많은 비용이 청구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공부를 할 때 교재를 사는 것은 불가피한 지출이지만, 그게 강사님들이 만든 요약자료를 사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요.


그러다가 사이버대와 방통대라는 옵션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인거 같더군요. 사이버대는 방통대보다 훨씬 널널해서 졸업이 좀 쉽다는 점에서 방통대보다 쉽게 학위를 따게 해줄수 있는것 같았습니다. 어떤분에게는 이게 장점일 수 있지만, 저는 학위뿐만아니라 실질적인 능력도 공부과정에서 기르고 싶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오히려 단점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사이버대는 등록금이 꽤 비싸더라구요. 방통대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방통대와 사이버대 중 어느 대학을 좀 더 쳐주는지 이곳저곳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녀봤습니다. 제가 질문글을 직접 올리진 않았는데, 다른 분들도 이부분에 대해서 궁금했던지 꽤 많은 질문글이 올라와있더군요. 답변들은 한결같이 그러한 학위보다 실제 업무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만, 그나마 둘 중에서 고르자면 방통대가 좀 더 쳐준다고 하더군요. 적어도 전문대 졸업 정도는 쳐준다고 하는 글들을 봤습니다. 



그래서 결국 방통대로 결정했습니다. 어찌됐건 독학, 학원, 사이버대, 방통대 중에 가장 나은 선택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방통대의 네임밸류가 크지 않아서 여전히 고민은 좀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문과계열에서 졸업했기 때문에, 정규학위가 없으면 남들의 인정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남들에게 제 능력을 어필하기도 꽤나 곤란할 것이었기에, 비록 방통대 학위일지라도 학위는 있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방통대는 등록금도 아주 저렴하길래, (이번학기 컴퓨터과학과에 35만원 정도 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3학년 편입에 지원했습니다. 매학기마다 2학년 편입, 3학년 편입 두가지 종류의 입학이 가능한데, 저는 학위도 빨리 따고 싶고, 불붙은 지금 스스로를 최대한 압박해서 열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3학년 편입에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합격했습니다. 사실 방통대 컴퓨터과학과는 역대 정원미달을 계속 경험하고 있는 과라서 불합격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과가 컴퓨터과학과같은 것은 아니고, 유아교육과, 청소년교육과, 간호학과들은 방통대 인기학과로 정원초과 사태가 자주 난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방통대 유아/청소년 교육학과, 간호학과 출신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다른 학과 출신들보다 방통대를 통해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것 같네요.



<방송통신대학교 공식사이트 대문 페이지>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아무튼 지금 저는 방통대에서 컴퓨터과 첫 학기를 보내고 있고, 2학기 개설교과목을 먼저듣고 1학기 교과목을 들어야하는 역주행(?)식 수업수강을 하고 있습니다편입생인 덕분에 1, 2, 3, 4 학년 수업을 제맘대로 골라들을 수 있어서 제가 듣고싶은 과목들을 학년에 관계없이 골고루 듣고 있습니다. 나중에 무슨 수업을 듣고있는지에 관해 포스팅을 한번 해야겠네요.


안타깝게도 출석수업에는 참가하고 있지 못하지만, 인강 퀄리티가 훌륭해서 매우 만족하면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의 수업인줄 알았더라면 "방통대 수업의 질이 괜찮을까?" 라고 수십번 고민했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겁니다. 컴퓨터과학 공부를 처음하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이 정말 크게 고민됐었거든요. 하지만 퀄리티는 정말 걱정 안해도 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면수업이 아니다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실시간으로 인터랙션이 안돼서 조금 불편한게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교수님들이 질문게시판을 열어두고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질문에 대한 답을 쭉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자료실도 따로 있어서 ppt도 다운가능하고 괜찮습니다. 대학 다니던 때에 교수님을 별도로 찾아가서 질문한 기억이 많지는 않은걸 생각하면, 이정도로 교수님과 인터래션이 있는 게 나쁜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방통대 학위는 심지어 외국에서도 인정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캐나다이민에 대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방통대 학위인정 여부를 검색해봤습니다. 캐나다 이민청(CIC)에서는 cicic.ca에 리스팅된 외국학위평가기관에 의뢰를 맡겨 학위 사정을 받길 요구하던데요, 방통대를 넣어서 해보니... 놀랍게도 그냥 한국의 일반대학과 동일하게 학위가 인정되더군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유료로 결제를 하고 진행해야돼서 보지 못했지만, 한국대학 리스트에 방통대가 나와있는 걸 보고 좀 감동했습니다. 사이버대는 없더군요. 제가 좋은 선택을 한거 같아 잠깐 흐뭇했습니다.


<위 그림을 클릭하면 cicic.ca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물론, 인정된다고해서 방통대가 서울대, 연고대 등의 대학과 동일한 급으로 여겨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정된다는 것 자체가 방통대 학위취득을 의미있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통대 편입학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대학 졸업하고 나서 또 대학을 다니는데, 그 어느때보다도 즐겁게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마음에 제 스스로를 비춰볼 거울같은 블로그도 열었구요, 앞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되겠네요.


다른 학과 사정이 어떤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혹시 방통대 입학, 방통대 편입학 등등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전 꼭 다녀보시라고 강추하고 싶습니다. 조금 빡셀 수 있겠지만, 30만원의 값어치는 충분히 합니다. 문과계열은 34만원정도, 이과계열은 실습이 있어서 37만원 정도인걸로 알고있습니다. 등록금 금액에 대해 크게 신경쓰고싶지 않아서 등록금고지서를 대충보고 버렸는데요, 배우고 얻는 거에 비해 아주 경제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두들 열공하시길 바랍니다.



감버튼은 제게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